데미안은 책 제목 그대로 데미안에 대한 주인공의 성장기를 다뤘다.

두 명의 죄인 중 누구랑 여행을 떠날 것인가?
카인과 아벨의 신화에서 정말 죄인은 표식을 가지고 태어나는가?

와 같은 어디선가 들어본 일화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이 데미안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

요약하면 굉장히 쉬운 한 인간의 성장이다.

그렇기때문에 이 책을 평가하기 위해선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줄로 요약하기 쉬운 주인공의 성장은 잔혹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여러 사람들 속에서 고독하며, 세계를 부정하고, 유약하며, 방황하면서 죄책감을 마음에 품고 사는 인간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마주하는 세계는 두 개로 묘사된다.

긍정적인 세계와 부정적인 세계로

집과 밖, 평온함과 불안함, 방황과 평온, 타락과 도덕, 현실과 종교 등 여러가지 관점에서 주인공은 2개의 세계와 충돌한다.

중요한 점은 주인공이 어느 한 쪽에 물들더라도 영원히 머무르지 못하며, 그렇다고 부정적인 세계에 발을 들이다가도 스스로 빠져나온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세계에서 돌아온 주인공의 말을 빌리면 회개, 구원, 용서에 가까운 단어다.

하지만 주인공은 부정적인 세계에서도 긍정적인 세계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데미안은 존경의 대상이다.

어느 세계에 속해있지 않아도 강인한 모습을 드러내며 살아간다. 물론 데미안이라고 강하기만 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은 데미안 줄거리 요약처럼 정말 허무하게 이뤄진다.

입대한 주인공이 죽음 직전 마지막으로 본 데미안의 환영으로.

인간의 성장을 다룬 책은 많다.

그리고 성장을 다룬 책에 줄거리를 요약해서 책을 읽는다면 그건 오히려 책의 줄거리를 알고 있는 것이 이야기를 거부하게 만든다.

이미 성장할 것을 알고 있고, 결국 성장하게 될 이야기인데 굳이 자세히 알 필요가 없어지니까.

경험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게 만든다.

마치 주인공이 선의 세계와 악의 세계 둘 다 경험해봤음에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처럼.

마지막에 주인공은 성장한다. 정확히 따지면 왜 성장했는지 명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성장한다.

그게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경험만으로 성장하지 않고, 경험이 쌓이고, 여러 방황과 여러 세계를 떠돌아다니다 마침내 마주한 곳은 자신이 태어난 집이 아니라 먼 전쟁터.

살아가고 늘 머물러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